OKR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또 하나의 핵심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정렬(Alignment)입니다. 회사의 목표와 팀의 목표, 개인의 목표가 서로 연결되고, 목표와 핵심결과가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놓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OKR의 유효성은 이 정렬이 얼마나 잘 설계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많은 OKR 설명이 한편으로는 정렬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목표는 70% 정도 달성해도 괜찮다'고 말한다는 것입니다. 이 두 설명은 과연 자연스럽게 양립할 수 있을까요?
목표와 핵심결과는 왜 정렬되어야 하는가
존 도어가 설명한 OKR의 기본 공식은 명확합니다.
- 목표(Objective): 내가 성취를 바라는 것 (What)
- 핵심결과(Key Results):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How & Evidence)
여기서 목표는 단지 바람이나 희망사항이 아니라, 그 성취를 판단할 수 있는 구조를 가져야 합니다. 핵심결과는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해야 하며, 완료 여부나 수치 달성률로 표시됩니다. 결국 핵심결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이정표이자, 목표 달성 여부를 증명하는 근거가 됩니다.
목표와 핵심결과는 느슨하게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정렬되어야 합니다. 이 정렬이 무너지면 OKR은 성과관리 도구가 아니라 단순한 선언문이 되고 맙니다.
핵심결과가 100%인데 목표는 70%라는 모순
이제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하나의 목표 아래 측정 가능한 여러 핵심결과가 있고, 이들이 모두 100% 달성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때 정작 목표는 70% 달성에 머무는 상황이 논리적으로 가능할까요?
상식적으로 이상합니다. 핵심결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성요소입니다. 핵심결과의 총합이 목표 달성의 근거라면, 목표 달성률은 핵심결과 달성률과 궤를 같이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OKR은 원래 70% 달성이 적정하다”고 말해버리면, 목표와 핵심결과 사이의 논리적 연결 고리가 흐려집니다. 이는 OKR의 가장 중요한 원리인 정렬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설명입니다.
70%가 성공이라는 말은 결국 기준점의 이동입니다
어떤 목표에 대해 사전에 “70%만 달성하면 성공”이라고 정했다면, 그 의미는 무엇일까요?
- 그 목표의 진짜 달성 기준(합격선)은 사실상 70%였다는 뜻입니다.
- 겉으로는 100을 써놓고 70을 성공이라 부르는 것은 야심을 보여주는 방식일 순 있으나, 측정 체계로서는 혼란을 낳습니다.
산수는 냉정합니다. 70점은 70점입니다. 그것을 100점처럼 간주하기 시작하면 대시보드상의 달성률, 평가 기준, 실행 점검 기준이 모두 왜곡됩니다. 결국 “70%면 충분하다”는 말은 운영 원칙이라기보다 동기부여의 언어에 가깝습니다.
첫해 70%, 이듬해 100%라는 설명의 함정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첫해에 70% 지점까지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논리는 분명해야 합니다.
첫해의 OKR은 해당 기간 안에서 정의되어야 합니다.
장기 목표의 70% 지점까지 가는 것이 이번 분기의 목표라면, 그 70% 지점이 바로 이번 분기 OKR의 100% 달성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핵심결과도 그 지점에 맞춰 설계될 수 있습니다. 장기 포부와 단기 목표를 뒤섞어버리면 측정 기간 내의 실행력을 점검하기 어려워집니다.
사례로 보는 문제: 탄소 발자국 목표
다음과 같은 도전적인 목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 목표: 업계에서 탄소 발자국을 가장 적게 배출하기
- KR 1: 공급망 내 폐기물을 100% 제로로 줄이기
- KR 2: 배출량에 대해 탄소 상쇄 기금 100% 지불하기
- KR 3: 소재의 25%를 비료화 가능 소재로 교체하기
여기서 핵심결과들이 목표 달성의 근거입니다. 만약 세 KR이 모두 달성되었다면 목표는 달성된 것입니다. 여기에 “70%만 해도 된다”는 논리를 끼워 넣으면, 폐기물을 70%만 줄여도 되는지, 기금을 70%만 내도 되는지 기준이 모호해지며 시스템 전체의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OKR이 성공하려면 목표는 낭만이 아니라 구조여야 합니다
OKR은 측정을 흐리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방향성과 관리 구조를 연결하려는 도구입니다.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목표가 측정 기간 내에 100% 달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입니다.
도전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목표는 여전히 목표여야 합니다. OKR의 진정한 가치를 살리려면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그 목표는 측정 가능한가?
- 그 목표는 기간 내 달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가?
- 그 목표와 핵심결과는 논리적으로 정렬되어 있는가?
1~2편 요약: 도전적인 목표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관리의 부재'나 '논리적 모순'을 정당화해서는 안 됩니다. OKR은 70%라는 면죄부를 주는 도구가 아니라, 더 높은 곳을 향해 조직의 에너지를 정렬시키는 정교한 시스템이어야 합니다.
